화제작 '주전장'을 보고 왔다. 영화를 보고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것들. 1.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이 하는 발언은 꽃뱀무새들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돈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은 매춘부다." "주말에는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즐길 수 있었으므로 성노예가 아니다." 영화에서는 이 주장들에 대해 "1억엔을 받았다고 해도 성노예는 성노예다." 라고 분명하게 반박하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노예'의 정의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물건으로 취급되며, 자유의지와 인권을 박탈당한 상태를 말한다고. 돈을 받고 주말에 돌아다닐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군통제 하에 있었으므로 노예라고. 그런데 이 정의를 듣다보니, 점점 이건 매매춘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매매춘 산업에서 성매매여성은 물건으로 취급되고,..
예전에 한창 문닫는 비디오가게가 속출하던 시기가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동네에 문닫는 가게가 폐업정리 세일을 하면 가서 비디오테입들을 하나둘씩 사모으곤 했었다. 비디오테입을 살때 나름대로 원칙이 있었는데, 1) 비싼 건 사지 않는다 2)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은 무조건 산다 3) 어릴 때 좋아했던 영화라면 산다 4) 앞으로 dvd로 발매될 일 없을 것 같은 안 유명한 영화도 산다. 비싼 걸 사지 않은 이유는, 대개 비싼 건 누구나 아는 명작들인데 그런건 dvd로 틀림없이 발매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화질 안좋은 vhs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구매해선지 다락방을 뒤져 오랜만에 들춰본 나의 비디오 컬렉션은 이거 어디다 팔기도 뭐하고,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영화들이..
미친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연휴도 없이 9월을 보냈는데, 급기야 어제는 구르미그린달빛도 못보고, 크아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세자저하 MV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새 구르미 종영만 코앞으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친한 후배가 라디오에서 박보검 얼굴 리뷰를 한다고 녹음들어가기 직전에 전화해서 SOS를 청하길래, 나의 평소 박보검 얼굴론을 한 이십여분 동안 전화로 쏟아냈다. 그 라디오도 바빠서 못듣다가 오늘에야 유튜브로 들어봤다. 지난 주 토요일 라디오 심야식당, 세 명의 남자가 박보검 얼굴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렇다. 종범 작가가 계속 언급하는 '어떤 제보자에 의하면', '또다른 제보자에 의하면' 이거 전부 다 나다. -_-;;;; 제보자 부분 아니라도 곳곳에 나의 박보검론이 녹아있다. 언..
'사춘기 메들리' 때부터 단숨에 팬이 되어버린 구르미그린달빛 감독님. 이 분 연출에 대해서는 2박3일 떠들어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없어 아래 사진으로 대신한다. 이 변태 같은 롱샷... 그림이 너무 예쁜 데 비해 재미가 없어서 좀 아쉽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만 보면 재미있는데, 서사의 디테일이 상당 부분 생략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느낌.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네이버TV캐스트의 주요 클립만 모아놓은 60분 영상같다. 근데.... 사실 뭐 다 필요없다. 우리 세자 저하 얼굴이 개연성이지. 마음이 울적할 땐 행복한 걸 떠올려 보자. 예를 들면, 이런 거. 아니면 이런 거. ... 아. 정신차리고... 오늘 이 포스팅을 쓰기 시작한 건 세자저하 때문이 아니고, 사실 이분 때문이다. 조선 ..
요즘 너무 바빠서 TV 볼 시간이 없다. 그래도 이 와중에 올림픽은 슬쩍슬쩍 보고 있다. 운동에는 젬병인 저질 몸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듯한 운동선수들을 보면 넋을 잃게 된다. 올림픽 선수촌의 섹스 라이프를 다룬 해외 기사에서 올림픽 선수촌은 흡사 완벽한 신들이 모인 올림포스 신전과 같다고 표현한 걸 봤는데, 상상 해보니 넘나 멋진 것. 1.여자 수영 400m 혼영 카틴카 호수주헝가리 금메달 8개 중에 3개를 이 언니 혼자 땄다. 세계 기록보다 몸 하나 이상 앞서가는데 미친 것 같다. 다른 선수들과 아예 다른 리그에서 홀로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이런 선수를 보면 언제나 짜릿하고 경외감이 든다. 수영 경기 보다보니 수영장이 너무 가고 싶지만... 할일이 태산. 2. 펜싱은 그냥 다 좋..
남편이 ‘조이Joy’가 너무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보러 갔다. 나는 원래 영화를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가기 때문에, 영화 시작하고 한 10분 동안은 바보처럼 ‘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랑 분위기가 너무 비슷한데’라고 생각했다. 그 감독이 이 감독이었던 것을… 어쩐지 제니퍼 로렌스부터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까지 출연진도 겹치더라니. 영화 중반쯤에는 두 번째로 바보 같이 ‘어엇!’하는 소리를 내뱉었는데, 바로 로버트 드니로의 애인으로 나오는 이탈리아계 노부인이 이자벨라 로셀리니 Isabella Rossellini 라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말투와 제스처 하나 하나, 뼈속까지 이런 이탈리아계 상속녀가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완벽한 신스틸러였는데… 아냐 이건 내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내 기억..
얼마 전 ‘치즈 인 더 트랩’과 ‘내일도 칸타빌레’에 나오는 자취방을 비교한 기사를 보았다. (기사 링크) 복층에 그랜드 피아노까지 있는 화려한 설내일의 자취방과 달리, 비좁고 싸구려 세간살이가 가득한 홍설의 자취방은 가난한 대학생의 현실을 반영한 풍경이라며 칭찬한 글이었다. 나도 열광했던 부분이긴 한데, 홍설의 자취방을 단지 현실적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11년 전 ‘태릉선수촌’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이윤정 감독의 팬이 되었다. 장르 특성상 드라마는 스토리가 연출보다 더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연출자보다는 작가가 언제나 이슈의 중심이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PD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윤정은 발군이었다. 이윤정 감독의 키워드 두..
택이와 덕선이의 서사를 진행시키는 중요한 사건의 발단은 늘 동룡이었다. 워낙 사고뭉치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는데, 어쨌든 동룡이 저지른 일 때문에 덕선과 택은 5인방 가운데서 떨어져 둘만 남게 되는 (둘의 의지가 아닌) 외부적 요인을 계속 만나게 된다. 덕선과 택의 아름다운 추억인 10화 ‘memory’편의 바닷가 씬은, 동룡의 가출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이날 5인방이 다같이 바다에 갔지만 돌아오는 차에 자리가 모자라 덕선과 택은 낙오되고, 둘만 바다에 남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된다. 덕선이 처음으로 택이에게 보호받고 기대게 된 12화 바바리맨 사건은, 동룡이 친구들을 경양식집으로 불러들여서 생긴 일이었다. 여기서도 4명이 함께 갔지만 덕선과 택 둘만 복도에서 이 사건을 공유하게 된다. 유공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