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에 완당이 나온다면






'사춘기 메들리' 때부터 단숨에 팬이 되어버린 구르미그린달빛 감독님. 이 분 연출에 대해서는 2박3일 떠들어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없어 아래 사진으로 대신한다.



이 변태 같은 롱샷...



그림이 너무 예쁜 데 비해 재미가 없어서 좀 아쉽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만 보면 재미있는데, 서사의 디테일이 상당 부분 생략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느낌.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네이버TV캐스트의 주요 클립만 모아놓은 60분 영상같다. 


근데.... 사실 뭐 다 필요없다. 우리 세자 저하 얼굴이 개연성이지.  


마음이 울적할 땐 행복한 걸 떠올려 보자.



예를 들면, 이런 거.



아니면 이런 거.



엣헴... 




아. 정신차리고... 

오늘 이 포스팅을 쓰기 시작한 건 세자저하 때문이 아니고, 사실 이분 때문이다.



조선 후기 안동김씨 세도정치의 문을 연 김조순. 극중에서는 김헌으로 나오는 분.


예전에 완당 김정희와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 김정희가 활동하던 때라서 극 중 안동김씨를 보니 바로 김정희 생각이 났다. 




정약용과 효명세자의 회동



드라마에서 세자 이영(박보검)이 정약용에게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그 시기에 정약용은 오랜 유배생활을 끝내고 말년에 고향에 내려가 저술에 힘쓰며 후학을 기르던 시기여서 효명세자와 큰 관련은 없다. 정약용을 정조의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효명세자에게 힘이 되어준 실제인물은 김정희와 그의 부친인 김노경이다. 효명세자는 대리청정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스승이었던 김노경과 김정희를 중용하였다. 


우리 세자 저하가 짧은 대리청정 기간 동안 왕권강화에 힘쓰다가 21세의 나이로 요절했을 때(흑... 역사가 스포일러. 이 러브 스토리가 과연 해피엔딩이 될 수 있나..) 세자의 죽음으로 직격탄을 맞은 인물이 바로 이들 부자였다. 


효명세자가 죽자마자 안동김씨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노경을 모함하여 유배를 보내버린다. 그리고, 김정희는 그의 아들이라서 연좌제로 유배를 가게 된다. 


유배에서 돌아왔다가, 또 모함을 받아 또 유배를 가고... 이걸 반복하는 동안 김정희의 유배생활은 도합 13년에 이른다. (김정희의 꼬장꼬장한 성격도 한몫 한 것 같지만) 유배도 가장 먼 제주도로, 거기서도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못나가는 위리안치 형을 받는 바람에, 할 일이 없어서 고독 속에 벼루 10개를 구멍내면서 완성한 것이 바로 추사체다. 


당시 제주도는 정말 척박했던 곳이고, 김정희는 입맛이 까다로운 왕가의 후손이셔서(김정희의 증조할머니가 영조대왕의 딸인 화순옹주다. 즉 김정희는 효명세자의 8촌 형) 집에다가 먹을 만한 것좀 보내달라는 편지를 줄기차게 보낸다. 어란을 보내달라, 말린 민어를 보내달라. 등등. (어란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정말 비싼 식재료로, 어란에 빠진 양반이 집을 날려먹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 그러나 머나먼 제주로 배를 타고 오는동안 음식은 상해버리고.... 그래도 이 분 그 고초 속에서도 결국 장수를 누리셨다. 


아니 이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튼 우리에게 정약용은 잘 알려져 있는 반면 완당은 추사체를 만든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생각보다 안 알려져 있는데, 완당은 당대 한-중-일 학계의 슈퍼스타였다. 글씨와 그림뿐만 아니라, 금석학, 고증학의 대가여서 청나라의 유명한 학자들과 평생 교유하며 지냈고, 청나라, 왜(일본)에서도 김정희의 글씨 한번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 정도였다. 말하자면 그 당시 한류 스타였던 셈. 우리 세자 저하가 앞으로 낳게 될 훗날의 헌종은, 자기가 귀양보내놓고도 유배지에 있는 김정희에게 글씨를 써내라고 요구하기까지 하였다.


아무튼 안동김씨의 세도정치 때문에 큰 고초를 겪긴 했지만, 결국 안동김씨는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19세기 조선을 서서히 기울게한 주역이라는 오명으로 남았고, 완당은 위대한 학자로 동북아 역사에 길이 남았다. 완당에 빠져 김정희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 학자도 일본 사람일 정도이다. (여담인데, 예전에 완당에 대한 프로젝트 할 때, 문안을 공공기관에 컨펌받으려 보냈는데 어이없는 피드백이 온 것이 생각난다. 김정희가 안동김씨 때문에 귀양갔다는 구절을 빼라는 피드백이 온 것이다. 아마도 그 공공기관에 안동김씨 후손이 있었던 모양이다. )


완당에 대한 일화도 흥미로운 게 꽤 많고 19세기 동북아 학계에 영향을 미친 훌륭한 인물이기 때문에, 정약용 대신 김정희가 드라마에 나와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만하고 꼬장꼬장하며 남 디스하는 것도 장난 아닌 그 성격 덕분에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김정희는 효명세자를 가르친 사부이며 그 옆에서 실제로 보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까칠한 왕세자와 더 까칠한 사부의 자비 없는 디스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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