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스몰톡을 안한다지만, 한국 할머니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단 둘이 있게 될 때 모르는 할머니들이 꼭 내게 말을 거신다. 오늘도 출근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래층에서 탄 할머니가 갑자기 나를 보며 스몰톡을 시작하셨다. “스카프를 두르고 나와야지 하다가도 매번 까먹고, 밖에 나와서 추우면 그제야 생각나네.” 나는 그러시냐고 조그맣게 대답하고는 빙그레 웃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스몰톡으로는 너무 무거운 말씀으로 훅 치고 들어오셨다. “늙으면 쓸모도 없고 죽기나 해야지. 아이구.”아… 내가 뭐라 할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자, 할머니는 똑같은 말을 한번 더 하셨다. 그래서 나는 미소만 짓다가 내릴 때, “보라색이 너무 잘어울리세요.”하고 입고계신 옷을 칭찬했다. 사실은 ‘새하..
그동안 나는 대중에게 외면받는 분야일수록 이너서클 권력자들의 횡포가 세다고 생각했다. 그 장르를 소비하지 않는 대중에게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칼자루가 소수의 권력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윤택과 일련의 연극, 문화계 성폭력 릴레이를 보면서 내가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알탕 성폭력 카르텔이 재능있는 여성들을 그 분야에서 축출해냄으로써 그 장르가 질적으로 저하된 것이 먼저이고, 그래서 대중들이 떠나게 된 것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문학이, 연극이 흥하였던 시대도 분명 있었는데 말이다. 문화의 주소비층이 여성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레진 사태 등을 보면서, 이걸 지금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만화계도 그 길을 걸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에 가득한 업무 자료 백업하기가 귀찮아서 1년간 미루고 미뤄왔던 윈도우즈10업그레이드. 종료 일주일 남겨두고서야 드디어 했다. 역시나 벼락치기 인생은 달라지지 않는다. 결론은 윈도우즈 10 넘나 좋다. 뭐가 좋냐고 물어보면 일단 UI가 훨씬 깔끔해졌다. 윈도우8의 앱블록들을 시작화면으로 몰아넣은 UI가 획기적인데, 이게 정말정말 편하다. 한눈에 보기도 좋고, 내맘대로 구성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중요도에 따라 아이콘 크기를 마음대로 설정해 넣을 수 있는데... 말로 하면 복잡하고 일단 써봐야 안다. 시스템 퍼포먼스도 몇 배로 좋아졌다. 똑같은 컴퓨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윈도우8일 때 디스크 사용률이 100%에 달할 때가 꽤 있었는데 윈도우10으로 업하고 나서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 컴퓨터가 훨씬 ..
아이폰5를 4년째 쓰고 있다. 얼마 전 os업그레이드하고 설정 몇개 만져줬더니 더 쌩쌩해져서 두 해는 더 쓰겠다 싶다. 다만 좀 지겨워서 기분전환하려고 새케이스를 사서 입혀줬다. 맨날 사은품 케이스만 쓰던 내가 첨으로 케이스에 돈쓴 거라 뭔가 뿌듯해. 왜 내돈 쓰고 내가 뿌듯하지. 휴대폰을 쓴지 거의 17년 되었는데 그 중에서 이 폰을 제일 오래 쓴 것 같다. 돌이켜보면 예전 피쳐폰들이 생각보다 빨리 고장이 났다. 특히 엘G폰은 보증기간인 1년 딱 채우면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진짜 귀신같았다. 엘g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거 아니냐는 음모론이 돌 정도로. 아이폰7이 나오니마니 하는 시점에 아이폰5 새 케이스라니... 진짜 쓸데없는 짓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예쁜 케이스도 씌워줬으니 2년만 ..
올 것 같지 않던 2015년이 왔다. 작년 내내 올드보이처럼 감금된 채 글만 썼는데, 아직도 프로젝트가 현재진행형이라 뭔가 새로운 해가 되었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친구가 뜨개방을 열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정신없이 살다가 취미로 뜨개질을 하기 시작한 게 1년 정도. 주위에서 가르쳐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집에서 가르쳐주기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나서 집에서 감당이 안되더란다. 그래서 얼결에 동네에 뜨개방을 오픈. 아, 이 얼마나 멋진 스토리인가. 아무튼, 친구 뜨개방에 개업을 축하할 겸 놀러갔는데 친구가 요즘 가장 핫하다는 루피망고 목도리를 떠가라고 강제로 뜨게 했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면서 목도리를 떠왔는데 잊고 있던 뜨개 본능이 되살아 나면서 집 장농 구석에 처박혀있던 뜨개실과 바늘을 꺼내보..
광고주에게 파일을 보내놓고 피드백을 기다리는 동안 브레이킹 던 PART 2를 보러 갔다. 사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조금은 유치한 십대용 할리퀸 뱀파이어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고백하자면 시리즈를 전부 챙겨봤다. 더 고백하자면 도서관에서 책까지 전부 빌려 보았다. 예약대기자는 어찌나 많은지 몇주를 기다리기까지 해서 빌려 읽었다. 남편의 놀림과 구박을 견디고 유치함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참아가면서도 영화와 책을 모두 훑은 것은, 오로지 늑대인간 제이콥 때문에... 뉴문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타나자 마치 안경을 벗은 클라크처럼 급 멋있어진 제이콥의 벨라에 대한 사랑과 집착 때문에....(실은 복근도...;;)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낄낄 웃으며 즐기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