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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ian Joy

두바이 사막의 밤

d u s t y s n o b 2016. 3. 27. 02:42

 꽃청춘 아프리카 편에 사막이 계속 나오니 불현듯 작년에 갔던 두바이 사막 생각이 났다.

 

유럽을 갈 때 두바이Dubai를 경유해서 스탑오버를 했다. 두바이에서 2박이나 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모래만 펼쳐진 뜨겁고 고요한 사막 한가운데 서보고 싶은.. 그런.

 

사막 사파리 투어를 한국에서 예매를 하고 갔다. 두바이에서 약속한 장소에 나를 데리러 온 투어 가이드는 키가 작은 중년 인도계 아저씨였다. 나는 혼자 간 여행자라서 다른 팀들과 한 차에 타게 되었다. 하얀색 지프차에 올라타니, 젊은 아랍인 부부, 백인 노부부 이렇게 4명이 먼저 타고 있었다. 아랍인 부부는 가이드 빼고는 다른 사람들과 말을 하지 않았고, 백인 노부부는 호주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타자마자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두바이 시내에서 출발해 사막을 향해 차를 한참을 달렸다.가이드는 우리에게 두바이에 대해서, 이 사막 투어에 대해서, 그리고 주의할 점에 대해 활달하게 설명해주었다.

 

새로 산 LX100이 위력을 발휘해준 사진. 똑딱이인데 고맙구나~!

 

드디어 사막의 모래언덕이 나왔다. 가이드가 미친 운전실력을 뽐내며 구불구불한 모래언덕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기 시작했다. 차가 요동을 치는데 전복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거기서부터 나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아... 나는 시내버스만 타도 멀미하는 사람인데... 게다가 차가 요동칠때마다 내 뒤에서 방향제가 칙칙 소리를 내면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아... 나는 울렁거려서 향수도 안뿌리는 사람인데... 거의 토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지구 반바퀴 떨어진 타지에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붙잡고 사력을 다했다.

 

호주에서 온 노부인은 내가 걱정스러운지 계속 뒤를 돌아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 그럴 때는 또 자동으로 괜찮다는 소리가 튀어나가는 것이다. 마음은 고마웠지만, 대답하기도 힘들어서 그만 물어봐주었으면 싶은데;;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드디어 캠프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그제야 살만했다. 해가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캠프가 꾸며져 있고, 낙타 체험, 헤나 문신, 물담배 등을 해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살 만해지니까 그제야 정신차리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아랍인 부부는 우리와 절대 말을 섞지 않았는데, 특히 여자는 말을 걸어도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젊은 부부가 사이가 좋아보여서 내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여자가 내게 자기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핸드폰은 핑크핑크하게 꾸며진 갤럭시S였다. 굉장히 성숙하고 섹시한 아랍 미녀였는데, 핸드폰 꾸민 스타일을 보니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았다. 

 

 

노부인이 내게 낙타를 타러 가보자고 했다. 같이 낙타 앞까지 갔지만, 왠지 낙타를 타기는 꺼려져서 타지 않았다. 이때가 한국에 메르스가 터지기 전이었는데, 어디에선가 낙타에서 병이 옮을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말을 본적이 있어서 그냥 타지 않았었다. 그랬는데 며칠 뒤에 한국에서 메르스 발병 소식이...;;

 

 

해가 저물자 캠프에서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벨리댄서 춤이 끝나갈 무렵, 가이드가 우리들만 살짝 뒤로 불러냈다. 공연이 끝나면 뷔페음식을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데 사람이 많을 테니 미리 줄을 서라는 것이었다. 정말 노련한 가이드였다. 북부 파키스탄에서부터 이곳으로 일하러 왔다고 한다. 우리의 국적이 모두 제각각이라서 영어로 설명해 주었지만, 두 종류의 아랍어도 할 줄 알다고 했다.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사람이었다.

 

호주의 노부부는 학교 선생님을 하다 은퇴하고 함께 크루즈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두바이에서 이제 스페인으로 갈 거라고. 다정하게 서로 의지하는 친구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석양을 뒤로하고 함께 기댄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으로 찍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아름다워보이던 사막이 가까이서는 그다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왜였을까.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서였을까.사막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사막이라면 생명조차 자라기 힘들만큼 척박한 땅, 그래서 오히려 고요하고 순수한 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서인지 모래 곳곳이 거뭇거뭇했고,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막은 그다지 조용하지 않았다.  

 

 

아무튼 사막 체험은 한 번으로 족한 것 같다. 사진빨은 잘 받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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