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가 무례하게 굴었다. 곧 착륙할테니 짐을 밑으로 내려놓으라며 내 손등을 때린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내 짐을 뺏어서 위에 올려버렸다. 어떤 설명도 없이. 손등을 찰싹하고 때린 감각이 오래도록 남아서 기분이 상당히 나빴는데. 이탈리아에는 이것보다 더한 넘들이 많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뭐 웃어넘길만 했다. 앞으로 마음 준비하라는 뜻이겠거니. 그저 무사히 중동과 동유럽 상공을 넘어온 데 감사해야지. 그런데 비행기가 피우미치노 공항 상공에 들어선 순간, 나는 로마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움브리아 특유의 나무들이 펼쳐진 평원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게다가 비가 살짝 흩날리고 있는 석양무렵인데, 무지개가 공항에 걸린 것이다. 아. 완벽해. 길고 긴 입국심사 줄을 거쳐서 짐을 찾아 ..
올 것 같지 않던 2015년이 왔다. 작년 내내 올드보이처럼 감금된 채 글만 썼는데, 아직도 프로젝트가 현재진행형이라 뭔가 새로운 해가 되었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친구가 뜨개방을 열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정신없이 살다가 취미로 뜨개질을 하기 시작한 게 1년 정도. 주위에서 가르쳐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집에서 가르쳐주기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나서 집에서 감당이 안되더란다. 그래서 얼결에 동네에 뜨개방을 오픈. 아, 이 얼마나 멋진 스토리인가. 아무튼, 친구 뜨개방에 개업을 축하할 겸 놀러갔는데 친구가 요즘 가장 핫하다는 루피망고 목도리를 떠가라고 강제로 뜨게 했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면서 목도리를 떠왔는데 잊고 있던 뜨개 본능이 되살아 나면서 집 장농 구석에 처박혀있던 뜨개실과 바늘을 꺼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