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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V

백야,

d u s t y s n o b 2011. 4. 27. 22:00

 

 

 

 

 

 

 

 

 

일요일, 아파서 집에서 뒹굴거리며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다가
올레TV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영화 '백야'를 보았다.

워낙 오래된 영화라서
어딘지 연극같은 데가 있고
갈등구조도 단순하긴 한데
주인공들이 추는 춤이 너무 멋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중력을 거부하고 날아오르려고 하는 듯한 발레리노의 몸짓,
그 모든 노력이 배어있는 듯한 단단한 근육.
그리고, 춤추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흑인 탭댄서의 신들린듯한 몸놀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 니콜라이가 옛애인이자 지금은 권력의 자리에 오른
이바노바에게 찾아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며,
그녀 앞에서 소비에트 정부가 금지한 춤을 열정적으로 추는 장면이었다.
이바노바는 자신을 배신하고 서방세계로 떠난 니콜라이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 춤을 보고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그가 소련을 탈출하도록 돕기를 결심한다.

 

 

 

이 장면이 예술가들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가장 잘 말해주는 장면인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했다.

권력의 핵심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이바노바였지만
그토록 추고 싶었던 자유의 춤 앞에서 무너져 버린다.

내가 봐온 주변의 예술가들도 모두 그랬다.
그것은 마치....
딜런 토마스가 노래했듯이
'푸른 줄기가 꽃을 피워내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솟구쳐 오르는 힘인 것이다.

마침, 오늘 G20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래피티로 그렸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예술가의 소식을 보았다.

그 분은 최후진술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포스터에 대해서건 텃밭에 대해서건 제 행위에 대한 관의 반응은 한 가지입니다.
국가가 하는 일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주는 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은 행위가 징역 10개월에 해당된다니,
법 앞에 선 일반인으로서 몹시 당황스럽고…… 겁이 납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것도!”

뭐, 내가 할 말은 없다.
더 궁금한 분은 다음 기사를 보시길..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4519.html 

 

 

 

 

사족 1.
극중 미국에 망명했다가 다시 소련에 붙잡힌 니콜라이 역을 맡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실제로 구 소련에서 망명한 댄서라고 한다.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다가 5초만에 깨달은 사실은
'섹스 앤 더 시티 6'에서 캐리를 파리로 데려간 그 예술가가 바로 이사람이라는 것.
아이고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백야에서 근육이 단단한 댄서의 몸과
'섹스 앤더 시티'에서 60년대를 풍미한 전위예술 화가로 나오는 그를
매치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섹스 앤더 시티에서 불어, 영어 등 여러 언어를 오가는
그의 언어 솜씨를 백야에서도 볼 수 있다. 

 

 

 

 

 

사족 2.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시베리아로 유배된 러시아 아낙으로 나온다.
나이먹으면 난롯가에 앉아 뜨게질을 하고 있을 바부시카처럼 변할 그런 아낙으로 나오는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너무 아름답다.
고전 영화의 여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흔치 않은 배우인 것 같다.

 

 

 

사족 3.
니콜라이를 구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소비에트에 있는 영사관에 미리
제 3세계의 주요 인물들과 취재진들은 대기시킨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그 제3세계 인물들이 영사관 대문에 달려오는데
그중에 한복을 입은 여자도 있었다.
잠시 반가웠다가, 5초 뒤에 든 생각은
우리나라는 제3세계가 아니었다는 사실.
사전적인 의미로 제3세계는 냉전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을 의미한다.
즉, 자본주의 진영, 사회주의 진영도 아닌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의 맹방 아닌가. 아직까지도 냉전중인.

(써놓고 보니 슬픈데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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