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때문에 내 평생 처음으로 팬뮤비까지 만드는 덕질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튼 뮤비를 편집하다가 불현듯 깨닫게 된 점이 있었다. 덕선이와 정팔이가 마주보고 웃는 투샷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둘만의 예쁜 장면도 좀 넣어주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정환이는 덕선이를 몰래 훔쳐보고, 뒤돌아서 웃음짓는다. 덕선이가 정환이를 향해서 웃을 때는 정환이가 딴 데를 본다. 둘은 시선을 마주치며 웃는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클립을 모아놓고 보니 전형적인 짝사랑男의 시선인 것이다. 반면에 택이와 덕선이는 주요 회차마다 둘이 마주보고 웃는 장면이 꼭 나온다. 정환이의 마음을 알게 된 택이 결국 고백을 포기하고 수면제를 먹고 잠으로 도망치는 16화의 엔딩을 보며, 둘이 이어지지 않을 것을 예감한..
‘응답하라1988’의 남편찾기 대장정이 끝나고 쏟아져 나온 기사들을 봤는데, 다들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당황하는 듯하다. 사실상 정환이가 피앙세 반지를 던져놓고 가는 18화 엔딩에서 게임은 끝이었다. 그런데도 내 주변의 정환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19화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고, 20화가 끝나고는 “중간에 작가들이 남편을 바꾼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제기했다. 아무래도 정환이에게 감정이입을 한 사람들은 이 흐름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나는 3화까지는 좀 대충대충 봤다. 그랬던 이유는 1~2화에 ‘어머니의 죽음’ 같은 눈물 빼는 묵직한 에피소드가 연이어 나오는데 반해, 아직 캐릭터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은 상태라 몰입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환이의 서사에 깊이 빠지지 ..
응답하라 1988에 뒤늦게 빠져서 내가 평생 안하던 짓을 했다. 백만년만에 동영상 편집기를 열고, 팬메이드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이다. 사실 나이로 따지면 '응답하라 1997'에 가깝고, 배경으로 따지면 '응답하라 1994'가 모교 배경이라 그 둘에 열광할 법도 했는데 크게 빠지지는 않았었다. '응답하라 1994'때는 동문들이 페이스북에 매일같이 응사 얘기로 달렸던 것 같은데 그때도 나는 별로 반응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랑 관련없는 응팔에 이렇게 빠지게 될지 몰랐다. 3회까지는 보다 말다 띄엄 띄엄 봐서 기억도 잘 안난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 수록 서서히 빠져들더니 16화가 끝나고 결방했을 무렵에는 아, 이게 흔히들 말하는 덕통사고라는 거구나 싶었다. 17화를 기다리는 2주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