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에 바치는 MV
응답하라 1988에 뒤늦게 빠져서 내가 평생 안하던 짓을 했다. 백만년만에 동영상 편집기를 열고, 팬메이드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이다.
사실 나이로 따지면 '응답하라 1997'에 가깝고, 배경으로 따지면 '응답하라 1994'가 모교 배경이라 그 둘에 열광할 법도 했는데 크게 빠지지는 않았었다. '응답하라 1994'때는 동문들이 페이스북에 매일같이 응사 얘기로 달렸던 것 같은데 그때도 나는 별로 반응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랑 관련없는 응팔에 이렇게 빠지게 될지 몰랐다.
3회까지는 보다 말다 띄엄 띄엄 봐서 기억도 잘 안난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 수록 서서히 빠져들더니 16화가 끝나고 결방했을 무렵에는 아, 이게 흔히들 말하는 덕통사고라는 거구나 싶었다.
17화를 기다리는 2주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음악만 들으면 막 그림이 떠올라,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어서..아...내가 사업을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되었을 거야. 아마.. 컴퓨터를 열고 편집 프로그램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런거 만들 일 없을 줄 알고 프리미어도, 파이널컷프로도 지워버린지 이미 오래....윈도우 무비 메이커라도 쓰고 싶었는데 이제는 윈도우에도 그 프로그램이 안 들어 있었다. 새로 산 랩탑을 샅샅이 뒤졌더니, 처음보는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이 기본으로 하나 깔려있어서 아쉬운대로 그걸 열고 썼다.
처음에는 남편이 박보검에게 빠졌고, 다음에 내가 혜리에게 빠졌다. 그리고 다음에는 뭐 이거저거 가리지 않고 다 빠져들고 말았다. 아마 이렇게 된 이유는 '응답하라 1988'의 풍부한 캐릭터 구축 때문인 것 같다. 응팔이 끝난 지금도 어디선가 그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미드 '프렌즈'를 잘 안봐서 모르는데 예전에 프렌즈에 빠져있던 친구들은 거기 나오는 인물들이 자기 실제 친구인것 같다는 얘기들 하곤 했었다. 이제 그게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다.
특히 최택 캐릭터는 본인의 시점이 거의 나오질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섬세하게 캐릭터가 빚어져서, 재방송을 볼 때마다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나는 응답시리즈가 플롯상으로 쫀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기존 시리즈도 비교적 쿨하게 봤었는데... 아, 완전 제대로 당했다.
<덕선이에게 바치는 헌정 MV -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노리플라이, 타루)>
언제나 사랑이 고프고, 그래서 배가 고픈 덕선이.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봐'를 늘 되뇌이던 덕선이에게 "너는 항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어"라고 알려주고픈 마음에서 만든...뭐래...;;; 아무튼 그런 뮤직비디오다.
덕선이같은 딸 있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보라같은 딸이 더 좋댄다. 그래서 토론을 하다 내린 결론은 나정이 같은 딸이 최고다!로... 그래도 덕선이랑 비슷한 점 1도 없는 나는 덕서이가 넘 귀여워.
(HD화질로 클릭해서 보길 권장함)
<정환이를 위한 MV -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용준형)>
남자들이 특히 정환이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 번 해보았던 첫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택과 덕선 -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이승환, 강수지)>
이승환 노래가 유독 많이 나오는 응팔이라, 이노래가 생각이 났다. 가사도 잘 맞는 것 같고... 위에 두 뮤비는 최종화까지 끝나고 만든 건데 이건 18화가 끝나고 만든거라서, 둘이 이어지기 전까지만 나와 있다. 키스신을 나노단위로 컷해가면서 붙이다보면 내가 변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이것들을 도대체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떠오르는 그림들을 참을 수 없어서 만들었는데, 생각할수록 정말 무쓸모다.-_-;; 이런 잉여짓을 내가 하다니...아무튼 일단 만든 게 아까워서 공유하려고 올려봤다. (남편은 이 와중에 정봉x만옥 버전을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그건 이제 힘들어서 그만....)
백만년만에 하는 포스팅이 응팔애기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응답하라 1988 리뷰 시리즈>
리뷰 1)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1
리뷰 2)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 http://dustysnob.tistory.com/62
리뷰 3)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6
<응답하라 1988 MV>
MV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 http://dustysnob.tistory.com/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