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인 봄꽃이 아까워서 벚꽃 필 때만 개방한다는 당인리 발전소를 갔다. 총선 후유증으로 지독한 감기와 위궤양을 앓고 난 뒤라 몸도 너무 안좋았고 당인리 발전소는 기대만 못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과 둘다 죽은듯이 잠을 잤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맥주와 아몬드를 들고 나가 집 앞 강변에 가득한 벚꽃길 아래 산책나온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런 삶도 좋다. 다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이렇게 꽃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을 잡고 나와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길을 걷는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지는 봄꽃을, 계절을 아쉬워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조금 가깝게 느껴지는 하루...
몇 주 전 꿈에 이적이 기타를 치며 내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꿈 속에서는 지금같이 서정적인 이적이 아니라 패닉 2집의 '어릿광대와 세 아들들에 관하여' 때의 감수성이 살아있는 강렬하고 울분에 가득찬 사운드였다. 라고 느껴졌다.... 잠에서 깨자마자 얼른 코드와 멜로디를 적어놓았는데 다시 리플레이 해보니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하나도 강렬하지 않았다. ㅎㅎ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꿈이란 게 그렇지. 뭐. 엊그제는 꿈에 빌리 코건이 나와서 기타를 치며 내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것도 한국말로..ㅋ) 깨고 나서 아직도 기억나는 그 리프를 적어두려다가 머릿속으로 리플레이해보니 이적때만큼이나 어이없이 싱거운 리프였다. 그냥 다시 잠이나 자버렸다. 웃긴 건, 빌리가 나와 하이스쿨 동..
오늘 우연히 발견한 오노 요코의 트위터. I love dancing. I think it's better to dance than to march through life. 며칠 동안 괴로워하고 안달하며 나 자신을 들들 볶던 머릿속이 갑자기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존레논이 오노요코에게 빠지게 된 순간처럼. 그도 어느 전시회장에서 그녀의 설치 작품을 보고 그런 느낌을 가졌다고 했던 것 같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돋보기로 천장에 쓰여진 글자를 보도록 한 작품, 존 레논이 발견했던 그 한 마디는 'Yes' 내가 무엇이 되지 못한다 해도 무슨 상관일까.
어디선가 쌀뜨물로 설겆이를 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몇 번 시도해 보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지금은 나만의 노하우가 조금 생겼는데, 1. 쌀뜨물은 1~2번째 씻은 물까지만 받는다. (3번째 이후부터는 묽어서 별로 효과가 없는 듯) 2. 물로 간단하게 기름기를 제거한 그릇을 받아놓은 쌀뜨물에 담가 수세미로 꼼꼼히 문질러준다. (뿌연 쌀뜨물 성분은 가라앉아 있으니 저어가며 해준다) 3. 따뜻한 물로 헹구며 잔여 기름기를 제거한다. 후라이팬같은 기름기 많은 그릇은 세제가 필요하지만 접시에 묻은 기름기 정도는 쌀뜨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쌀뜨물을 받아놓다보면 싱크대가 어수선해진다는 것. 그리고, 가끔 받아놓은 쌀뜨물을 까먹고 하루 지나면, 쉬어서 냄새가 난다는거..
요즈음의 근황. 휴대폰 장기게임에 버닝중. 어릴 적에는 집에 장기판이 있어서 아빠나 동생하고 자주 장기를 두었었는데, 내 기억에 이기는 때보다는 지는때가 더 많았던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매일 하루에 한 판씩 이겨주고 있다는 거. ㅋ 컴퓨터만 상대하긴 하지만 승률이 제법 높아서, 내가 어릴 때보다 잘 두는 이유가 뭘까 어제 곰곰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다음의 세 가지. 1. 세 수 이상은 예상하지 않는다. 2. 전략적으로 말을 잃을 줄 안다. 3.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아, 정리해놓으니 무슨 장기고수의 비급같고나. 내가 인생도 이렇게 산다면 얼마나 좋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