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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왼손으로 그리기

d u s t y s n o b 2008. 6. 20. 11:50


요새 카툰 수업을 듣고 있다.


고등학교때는 그래도 교과서에 낙서를 끄적끄적 많이 했는데,
결벽증이 있어서 공부를 하려면 낙서를 다 지워야 공부를 시작할수 있었다.
낙서를 지우다가 지쳐서 공부도 못하고 잠들고...
그래서, 공부한답시고, 손을 봉인해버렸다.
결국 공부도 안했으면서 왜그랬나 모르겠다.


수업시간에 5~10분씩 크로키를 한다.
크로키라고는 하지만, 그리는 방법은 자기 마음대로이다.
시간제한이 있을뿐.


내가 그림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어서, 낯선 선들이 나온다.
그림을 들여다 보고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린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진다.
나는 이런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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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은 왼손그리기.
크로키 시간 중에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간이 있다.


내가 아무리 그림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오른손은 나름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보이는대로 그리는게 아니라 습관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왼손으로 그릴때는 연필을 쥔 손이 앞으로 나가는 순간 순간이 모두 긴장과 낯섦의 연속이다.
습관대로 그리는게 아니라, 매 초마다 어떻게 그려야 할지 각성하고 그려야 하기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그림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선은 삐뚤빼뚤 제멋대로지만,
왼손으로 그린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

아래 그림들은 왼손으로 그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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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노 수업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었다.
흔히들, 피아노 좀 친다는 사람들은,
밥먹고 내키면 악보 펼쳐놓고 피아노 주르륵 치고 혼자 마음에 들어하고 또 놀러나가고 그러는데,
그게 아니라 매 순간순간 내가 어떻게 연주할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그런 연주를 해야한다고.


나는, 내가 못할까봐 두려워서 늘 그걸 하지 못했다.
그런데, 왼손을 믿고 맡기니까,
그 녀석은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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