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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mur

나의 A thousand years

d u s t y s n o b 2012. 12. 7. 22:33

 

 

 

 

광고주에게 파일을 보내놓고 피드백을 기다리는 동안

브레이킹 던 PART 2를 보러 갔다.

 

사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조금은 유치한 십대용 할리퀸 뱀파이어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고백하자면 시리즈를 전부 챙겨봤다.

 

더 고백하자면 도서관에서 책까지 전부 빌려 보았다.

예약대기자는 어찌나 많은지

몇주를 기다리기까지 해서 빌려 읽었다.

 

남편의 놀림과 구박을 견디고

유치함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참아가면서도

영화와 책을 모두 훑은 것은,

오로지 늑대인간 제이콥 때문에...

 

뉴문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타나자

마치 안경을 벗은 클라크처럼 급 멋있어진 제이콥의

벨라에 대한 사랑과 집착 때문에....(실은 복근도...;;)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낄낄 웃으며 즐기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는데,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올 때

그동안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얼굴과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 씬 밖에 안나오고 사라졌던 배우들까지 천천히 등장하며

크리스티나 페리의 "A Thousand Years"가 흘러나오는데

와. 이 유치한 영화의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다음날, 광고주가 피드백과 함께,

그동안 3년을 만들어온 우리 매거진을 종료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쁜 이유는 아니었다. 다만 그 회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된다는 것.

그 순간 브레이킹던 엔딩크레딧에서 흘렀던 것과 같은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 운 것은 아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쏟아부어 만든 매거진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그건 아마도

해리포터 10년에 걸친 시리즈가 끝났을 때처럼,

비포 선라이즈 이후 10년만에 비포 선셋을 보았을 때처럼,

마지막 축제같은 느낌이었다.

장대한 서사시의 마지막을 닫는 기분,

혹은 기나긴 오딧세이의 여정의 마지막 같은 기분이었다.

 

후련하고, 아련하고,

그동안의 일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가슴설레는 기분.

 

12월.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의 끝날이 될 거라 말했던 2012년이 끝나고 있었다.

하얗게 천천히 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내년에는 새로운 날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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