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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그래미 시상식 (58th Grammy Awards)

 

 

 

 

 

 

지난해와 올해에는 유난히 세상을 떠난 레전드들이 많아서...

이번 그래미 시상식은 추모공연의 물결이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했던 뮤지션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다는 건,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어쩐지 서글프다. 시상식 해설을 맡았던 배철수의 말처럼 이런 레전드들이 나올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싶다. 아무래도 20세기는 대중음악이 폭발하던 시기였으니까.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운명을 달리하던 날에는 하루종일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는데. 레이디 가가의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추모무대를 보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무대가 아주 좋았다기보다는, 레이디 가가가 아니라면 누가 데이빗 보위의 트리뷰트를 하기에 적당한 뮤지션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푸파이터스의 데이브 그롤이 나와 모터헤드 추모공연을 소개할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와 모터헤드Motorhead는 둘다 지난 안산밸리록콘서트에 왔었다. 나는 원래 두 밴드다 그다지 팬이 아니었는데, 모터헤드 공연이 예상외로 너무 신났다. 뭔가 록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에, 이 할배들이 진짜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다. 게다가 할배가 우리한테 호통까지 쳤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니넨 소리 그것밖에 못지르냐"라고.. 나 그 멘트 듣고 완전 쓰러지며 웃었다. 그게 불과 6개월 전이었는데...돌아가셨다니 역시나 믿기지 않는 기분.

 

그리고 마지막 헤드라이너 푸 파이터스의 공연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공연 중 베스트 3안에 들어갈만큼 좋았다. 푸 파이터스를 막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나마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면 Everlong이다. 근데, 막이 내려져 있는 무대뒤로 밴드가 Everlong의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하며 막이 빡! 내려가는데,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터질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이었다.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다리에 깁스를 해서 앉아서 공연을 해야했는데도 미친듯이 헤드뱅을 하면서 공연을 했다. 관객들도 미쳐서 날뛰니까 데이브 그롤이 기분 좋아가지고 막 잭 블랙처럼 속사포 개그멘트를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어찌나 웃긴지. "어이, 이봐. 여긴 한국이라고. 설마 그 말을 다 알아들을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 푸 파이터스가 올해로 21년 됐다."라고 말하는데, 아.. 세월이 어느새 그렇게 되었구나. 그리고 커트 코베인이 죽은지도 그만큼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이상해졌다. 90년대 청춘들을 한없이 우울하게 만들었던 커트와 달리, 아직도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데이브를 보면서, 개똥 밭에 굴러도 역시 이승이 최고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지난 7월의 공연.

  

 

지난해 안산밸리록콘서트에서 (ⓒ d u s t y s n o b)

 

 

 

다시 2016 그래미로 돌아와서, 죽은 자들을 위한 조금은 슬픈 애도의 퍼포먼스들 속에서 내 머리를 힘껏 내리치는 듯한 살아있는 자들의 퍼포먼스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켄드릭 라마의 공연.

이번 그래미 11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고, 5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한다. 힙합은 내가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어서 크게 관심없었는데, 켄드릭 라마 Kendrick Lamar 의 공연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저항이 터져나오는 음악은 한창 때의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에너지를 떠올리게 했다. 거친 메시지와 달리 세련된 음악과 라이브 밴드는 최고였고, 그래미 측의 멋진 무대연출과 카메라 연출은 말하기도 입아프다.  

 

달리 말할 필요 없고 동영상을 한 번 봐야 한다. 특히 5분경쯤부터 몰아치며 쏟아내는 랩을 카메라 편집한 건...와... 이게 생방이었는데, 이렇게 찍고 편집하면서 실시간으로 내보내려면 나노단위로 콘티와 동선을 짜야겠구나 싶어서 그래미에 막 경외심이 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 머리를 때린 것은 알라바마 셰이크스Alabama Shakes.

난 왜 이 밴드를 지금까지 몰랐던 거지... 생업과 밴드를 병행해서 하던 동네 밴드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래미를 집어삼킨 밴드.

 

TV를 틀어놓고 딴일을 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이 목소리가 남자인 줄 알았다가 화면을 보고 여자인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프론트 우먼 브리타니 하워드 Brittany Howard의 육중한 몸과 거친 목소리, 펑퍼짐한 드레스를 입고 기타를 흔드는 모습... 이 모든 게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들만큼 너무나 완벽하다.

 

너무 멋있어서 막 심장이 저릿저릿했다. 어제는 하루종일 이 노래만 들었다.

 

 

 

 

 

 

매년 보는 시상식이지만, 참 오만 생각이 다 드는 시상식이었다. 일단, 미국 음악의 여전한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역시 난놈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데이빗 보위는 영국 뮤지션인데, 그래미에서 이렇게 존경심 가득한 추모 공연을 이렇게 해버리니, 미국 중심의 팝컬쳐의 자장으로 끌려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난, 아이돌 음악도 많이 좋아하지만 우리나라 시상식도 이렇게 좀 해줄 수 없겠니 싶다. 어차피 내수 5천만밖에 안되는 나라에서 세계 시장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기껏 아시아뮤직어워드라는 이름을 달고도 우리나라 뮤지션만 보여주는 것보다는(뭐 속사정이야 있겠지만은) 좀 장사가 덜되더라도 꾸준히 아시아 뮤직이라는 바운더리를 끌고 가야지 앞으로 길게 갈 수 있지 않겠나 싶은데... 뭐 이미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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