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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6 응답하라 1988 리뷰 3 :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8)
  2. 2016.02.02 응답하라 1988에 바치는 MV :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3. 2016.01.27 응답하라 1988 리뷰 2 :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10)
  4. 2016.01.27 응답하라 1988 리뷰 1 :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4)
  5. 2016.01.22 응답하라 1988에 바치는 MV (6)

응답하라 1988 리뷰 3 :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택이와 덕선이의 서사를 진행시키는 중요한 사건의 발단은 늘 동룡이었다.

워낙 사고뭉치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는데, 어쨌든 동룡이 저지른 일 때문에 덕선과 택은 5인방 가운데서 떨어져 둘만 남게 되는 (둘의 의지가 아닌) 외부적 요인을 계속 만나게 된다.

 

덕선과 택의 아름다운 추억인 10화 ‘memory’편의 바닷가 씬은, 동룡의 가출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이날 5인방이 다같이 바다에 갔지만 돌아오는 차에 자리가 모자라 덕선과 택은 낙오되고, 둘만 바다에 남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된다.

 

 

 

덕선이 처음으로 택이에게 보호받고 기대게 된 12화 바바리맨 사건은, 동룡이 친구들을 경양식집으로 불러들여서 생긴 일이었다. 여기서도 4명이 함께 갔지만 덕선과 택 둘만 복도에서 이 사건을 공유하게 된다.

 

 

 

유공연수원 운동장에서 자신을 안고 달리는 택의 품 안에서, 처음으로 택이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된 덕선(17화). 이 사건은 동룡이 덕선을 업어 운동장까지 데려오고, 또 동룡이가 치질 때문에 쓰러졌기 때문에 둘만 남아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사건. 서로의 마음을 속인 채 지내온 5년의 시간을 날려버린 사건인, 콘서트장 입구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덕선이 앞에 대국 기권까지 한 택이가 달려온 18화. 이날 덕선의 자존심을 자극해 이승환 콘서트장까지 오기로 가게 만든 것은 "또 차였구나"라는 동룡의 한마디였다. 게다가 콘서트장에 가라고 차로 실어주기까지 했으니...

 

 

 

 

동룡이는 택의 대국 일정부터 성격까지 모두 파악하고 엄마처럼 챙겨주면서, 한편으로는 자기도 모르는 새 둘의 사랑의 중개자 역할을 해온 것이다. 동룡과 같은 캐릭터를 통칭하여 문학에서는 방자형 인물이라고 부른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의 하인인 방자는 까불까불하고 극의 웃음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더불어 이도령의 사랑을 맺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방자는 주인공의 서사를 진행시키는 기능적 인물이다. 동룡이가 벌인 일이 누구의 서사를 진행시켰는지를 살펴보면 동룡이 누구의 방자였는지가 드러난다. 즉 동룡이라는 캐릭터는 택이와 덕선의 서사를 위한 기능적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방자형 인물은 익살맞은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대사를 통해 극의 골계미를 이끌어간다. 춘향전에서 방자가 양반들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역할을 맡는 것처럼 말이다. 응팔은 풍자드라마가 아니므로, 동룡은 풍자적인 대사를 읊는 대신에 작가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는 역할을 맡는다.

 

라여사 없는 동안 세 남자가 잘 지냈는데도 왜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지 궁금해하는 정환이에게 “니네 엄마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모르겠냐? 엄마가 없는데도 식구들이 너무 잘 있어서.”라고 동룡이 해주는 조언은 엄마들의 사랑을 보여준 5화의 주제를 함축한 대사였다.

 

“왜 날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까?”라고 의기소침하게 묻는 덕선이에게, “덕선아,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니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거야 그치?”라고 말해주는 14화 동룡의 대사도 마찬가지다.

 

흔히 이 대사는 덕선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라고들 하는데, 스토리 상으로는 그렇지만, 극의 구조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 대사로부터 실제로 덕선이가 자기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회차까지는 너무나 멀고, 그 사이에 덕선은 이 대사를 곱씹어 생각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덕선이의 각성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답이라기보다는, 토요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취소한 택이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자신에게  “택이에 대한 내 마음이 왜 이렇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찾은 답에 가깝다.

 

동룡은 택이가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덕선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오랜 시간 동안 너를 좋아해온 누군가가 있을 거야.”라고 답해 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대신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니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거야”라고 한 대사는 작가가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한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누군가 부추겨서 시작된 사랑 말고, 덕선이의 마음 깊이 자리잡고 있는 진짜 사랑이 누구인지를 찾아보라고 관객에게 던져주는 힌트이며, 앞으로 덕선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라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는 순간이다.

 

이 밖에도 동룡이 극에서 맡은 역할은 더 있지만, 어쨌든 요약하자면 동룡은 방자형 인물이며 작가의 필요에 부응하는 기능적 인물이라는 점이다.

 

 

 

여기까지가 다라면 내가 응팔에 이렇게까지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응팔 팀은 어쩌면 보조적 인물로 끝날 수도 있었던 동룡이라는 캐릭터에게 피와 살을 붙여주고, 가족을 주고, 그만의 고민과 꿈을 불어넣어 주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런 방자형 인물들이 철저하게 주인공의 서사를 위해서만 존재할 뿐인 것과 다른 점이다.

 

앞서 말했던 동룡이 일으킨 사고들은 택이와 덕선의 서사를 진행시키는 데에 소모되어 끝나지 않고, 동룡만의 서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가출사건이나 치질사건은 항상 부모님의 관심에 목말라 있던 동룡의 서사이기도 하며, 그렇게 원하던 부모님의 관심을 확인하는 계기로 연결되는 것이다.

 

가출 동룡

치질 동룡

 

응팔에서는 방자에게도 그만의 세계가 주어졌다. 이렇게 함으로써 동룡 역시 주변인물이 아닌 주인공이 되었다. 나는 이 점이 가장 좋았다. 응팔은 거의 모든 쌍문동 인물들을 골고루 비중 있게 보여준다. 여기서 응팔이 왜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응팔은 크게 보면 매 회차마다 주제가 있고 그 회차 안에서 스토리가 끝나는 에피소드형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응팔처럼 에피소드형 구성을 취하면서 다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한정된 시간 내에 모든 인물의 스토리를 다 보여줄 수 없으므로 여러 해법을 찾는다.

 

‘하이킥’ 시리즈의 경우 크게 2~3개 정도의 사건을 한 회에 병렬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순재의 이야기와 손자 시윤 이야기가 각자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섹스앤더시티’ 시리즈의 경우 매 회차마다 같은 주제 아래 4명의 등장인물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된다. 화자이자 공식 주인공은 캐리지만, 4명 모두 동등한 비중으로 등장하고, 매회마다 그 회의 주제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각자의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4명이 모두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응팔의 경우 ‘섹스앤더시티’의 방식을 택했다고 보인다. 회차별로 하나의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해당하는 최소 3팀 정도의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9화 ‘선을 넘는다는 것’에서는 선영-무성, 보라-선우, 택-덕선 3커플의 선을 넘는 이야기(부가적으로 ‘정봉-백담사 그분’의 넘어서는 안 되는 선까지)가 나온다. 13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동일, 성균, 무성, 거의 모든 아빠들의 부성애 스토리가 나온다.

 

9화 선을 넘는다는 것

 

 

 

응칠, 응사에서 주인공만이 가지고 있었던 가족을 응팔에서는 모든 5인방이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5인방은 모두 각자 자신들의 세계가 있고, 매회 동등한 비중으로 극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응팔 제작진의 노력은 5인방의 가족들까지 모두 끌어안는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모두를 적지 않은 비중으로 매 회차마다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다룬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미션이고 60분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응팔 팀이 처음부터 이것이 가족드라마라고 선언했던 것은, 단지 가족의 이야기를 주목해달라는 말뿐이 아니라, 응팔의 모든 가족이 주인공이고 그들에게 그만큼의 분량을 주겠다는 약속이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러닝타임이 90분이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런데 응팔은 에피소드형 구성을 택했음에도, 한편으로는 시리즈 전체에 쭉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다. 그게 바로 남편찾기다. 에피소드형 구성은 갈등이 그 회차 내에서 모두 봉합되기 때문에 대개의 우리나라 드라마 특히 미니시리즈의 경우 에피소드형 구성을 택하기보다는, 다음 회차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갈등이 이어지는 방식을 택한다. 응팔은 그런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형 구성을 택했지만, 마약같은 남편찾기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어쩌면 더한 장점으로 배가시켰다. 즉 에피소드형 구성에다가 16회짜리 남편찾기 스토리를 씨줄과 날줄처럼 결합시킨 것이다. (왜 16회인지는 뒤에서 서술하겠다)

 

이 남편 찾기는 마치 정환-덕선-택의 전형적인 삼각 러브스토리처럼 진행된 듯 보인다. 이 부분이 우리를 헷갈리게 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이런 삼각 러브스토리에서 한 쌍의 남주-여주를 찾기 때문이다. 셋 중에서 가장 시점이 친절하게 보여진 것은 정환이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환이를 프로타고니스트(주인공)로, 택이를 안타고니스트(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막으려는 인물)로 읽었다. 그런데 주인공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안타고니스트처럼 보였던 택의 행복한 모습이 극의 후반부를 지배하니, 기존 드라마 문법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 드라마는 덕선-택 이외의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었다. 배우 박보검의 인터뷰를 보면 감독이 "너희 5명이 모두 주인공이야"라고 말했다는데, 결과적으로 감독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환, 택, 덕선의 사랑이야기가 각자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사랑의 진행 속도가 다르고, 그들의 진행 곡선이 만나는 시점이 달랐을 뿐, 이 러브스토리는 처음부터 누가 이기고 지고 할 스토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정환이의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정환이가 주인공이 아닌 것이 아니다.

정환이에게는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이 끝나도 응팔 월드 속 그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그에게는 착한 아빠와 멋진 라여사가 있고, 사랑스러운 덕후 형이 있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새로운 사랑도 시작될 것이다. 이건 5인방과 모든 쌍문동 가족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정환이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보자면, 이건 열병같은 첫사랑이 지나가고 난 뒤 그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응사의 칠봉이는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쓰레기의 안타고니스트로서 존재하고, 나정이와 쓰레기가 이어진 순간 칠봉이의 드라마상에서 존재가치는 신촌하숙집동기로 내려앉는다. 칠봉이에게도 가족이 있지만 그의 대사로만 존재할 뿐이다.)

 

전체 20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응팔 속에서, 남편찾기는 총 16회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3화의 첫 씬 브라질 떡볶이에서 만옥-조현이 선우를 가리켜 "쟤가 너 좋아하나 봐"라고 바람을 넣었을 때 시작하여, 18화 택이가 이승환 콘서트장에 나타나고, 정환이 지나간 고백을 하며 피앙세 반지를 던지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19화 중국에서 택과 덕선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은 남편찾기가 아니라 후일담에 가깝다. 왜냐하면 19화가 시작하자마자 김주혁이 인터뷰에서 첫키스는 언제였냐고 묻는 질문에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택이의 꿈키스가 있었던 "89년"을 외쳤기 때문이다. 이 대사를 통해 작가와 감독은 19화를 남편찾기 판에서 빼버렸다.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 보면 북경 키스씬 전체가 택-덕선 서사의 가장 큰 플래시백이 아닌가 싶다.)

 

3화 브라질 떡볶이에서 시작된 남편찾기

 

18화 정환의 고백으로 끝난 남편찾기

 

 

그렇다면 3-18화까지 총 16회를 제외한 처음 1-2화, 마지막 19-20화는 쌍문동 사람들이 어떻게 이웃사촌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웃에서 가족이 되었는지를 보여준 순수한 가족 이야기인 것이다. 이것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때문에 기존의 드라마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을 굉장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보인다. 9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남편찾기 스토리를 메인 줄거리로 보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양념 정도로만 보아왔다면, 마지막 19-20화에서 많은 부분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정환이 너무 일찍 마음을 정리하고, 덕선-택의 뒷이야기가 이미연의 대사로 간략히 나오고, 주인공이 아닌 듯 했던 선우-보라의 결혼이 마지막을 장식하다니… 하지만 이 드라마는 쌍문동 가족 이야기가 청춘들의 남편찾기 스토리를 감싸 안은 구조의 드라마인 것이다.

 

사실 응답 시리즈에서 드라마의 문법이나 법칙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그들은 언제나 법칙을 부수는 모험을 하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도를 읽지 못한 것이 관객들의 잘못도 아니다. 모든 의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가장 큰 모험이었다고 보인다.

보통의 드라마들이 60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데 반해, 응팔은 90분의 러닝타임으로 진행되었다. 중간광고 시간까지 합치면 드라마가 끝날 무렵이면 2시간이 지나 있다. 이는 보통 드라마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시간이다.

 

관객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화의 러닝타임은 제작진에게 중요한 이슈다. 영화로 따지자면 평균 90~100분의 러닝타임의 2배인 3시간이 넘어가면 제작진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평균을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의 영화는 그래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을 때, 혹은 그래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 (혹은 감독이 분량 조절에 실패했거나)

 

응팔 제작진이 90분 러닝타임이라는 리스크가 큰 모험을 감수한 것은, “이것은 가족드라마입니다”라는 선언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 90분 동안 모든 캐릭터를 애정을 담아 그려내고 풍부하게 쌓아 올린 덕분에, 쌍문동 사람들이 마치 우리 옆에 살아있는 이웃처럼 느껴지게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응팔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온 순간의 허전함을 토로하는 것은 복고로의 시간여행에 대한 부작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캐릭터의 풍성함과 세심한 디테일은 1988년 쌍문동을 실재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창조해냈다. 그래서 내 이웃처럼 느껴지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여운처럼 남게 되었다. 바로 이 점이 응팔의 모든 허점과 논란을 덮고도 남는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응팔이 끝난지 한 달이 되어가지만, 오래도록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분석도 아닌, 비평도 아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나저나 나야말로 분량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

 

 

 

 

 

 

 

<응답하라 1988 리뷰 시리즈>

 

리뷰 1)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1 

리뷰 2)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  http://dustysnob.tistory.com/62 

리뷰 3)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6

 

<응답하라 1988 MV 시리즈>

 

사랑스런 덕선이에게 바치는 헌정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정환이를 위한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과 덕선,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  http://dustysnob.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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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8
  1. 철없는 아내 2016.02.18 01: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응팔이 끝난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잊지못하고 미련이남아요 자꾸만^^

    • d u s t y s n o b 2016.02.18 03:04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입니다. 벌써 한달이 지났는데...정말 농약같은 드라마에요. :)

  2. 꼬부인 2016.02.19 00: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멋진 글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이런 글들이 드라마의 감동을 또 떠올리게 하네요~~

    • d u s t y s n o b 2016.02.19 17:41 신고 address edit & del

      긴 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쯤 다시 한번 정주행해보려고요. ^^

  3. passion 2016.03.01 11:5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직까지도 응팔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들렀다가 새로운 글이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기뻤답니다^^

    확실히 응팔은 많은 면에서 파격적인 드라마였죠. 그랬기에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많은 드라마에서 반복되고 반복되어온 패턴대로 복선을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한 시청자들이 당황한 것은 당연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전 1화만 보고 남편 후보를 정환이와 선우로 정해버렸고, 한참 안 보다가 나중에 15회쯤부터 볼 때엔 '택이가 누구야? 갑자기 왜 튀어나온 거야?' 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본 대로라면, 1화에서 그렇게 분량이 적었던 인물이 후반에서 분량이 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동룡이가 의도치 않게 덕선-택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정환이에게 힘을 실어주는 증거라고까지 생각했었습니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남주'는 스스로 모든 위험 요소를 극복하여 결국엔 '여주'를 쟁취하는 역할이며, '서브남주'는 많은 도움에 힘입어 '남주'를 위협하는 역할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시청자들을 당황시키는 것도 마냥 칭찬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방송이란 제작자와 시청자간의 소통 매체이지, 제작자만의 예술 행위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응답하라 시리즈가 있기에 많은 제작자들이 변화하고, 또 시청자들 또한 모르는 새에 자연스럽게 형성한 선입견을 떨쳐버리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사실 남편 찾기의 결말이 나온 이후 서사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신 많은 분들이 '택이가 주인공이었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저 역시 택이를 좋아하고, 전체 스토리에서 택이의 역할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굳이 주인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더군요. 말씀하신 대로 응팔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든 것은 "모두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니까요. 이런 드라마를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ㅠㅠㅠ

    또 다시 엄청나게 긴 댓글이 되어버렸네요.^^;;
    주인공과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더 많이 하고 싶지만, 부담스러워 하실 수 있으니 그만두고 좋은 리뷰글이 제게 준 감동은 제 마음 속에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ㅎㅎ

    벌써 3월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d u s t y s n o b 2016.03.02 01:42 신고 address edit & del

      안녕하세요. 다시 오셨군요. ^^

      안그래도 지난번 남겨주신 글에 댓글을 달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넘쳐나서. 결국 이 리뷰까지 쓰게 되었지요.

      저도 하고 싶었던 말은 응팔은 완벽한 드라마가 아니며, 성공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 그러나 그걸 덮고도 남는 매력이 바로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점이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러다가 또 리뷰 한편 쓸 기세입니다. 더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자꾸 생기는 것이 이상하네요. 보통은 친구들한테 수다떨면서 말하고 끝나버렸는데 글로 계속 남기게 되다니. 게으른 저에게 이런 잉여력을 끌어내준 응팔이 신기합니다.

      그나저나 passion님께서 달아주신 댓글도 한편의 리뷰같아요. 잘 정리된 리뷰로 한 번 보고싶기도 하네요.

      저도 반가운 마음에 길게 썼습니다. 좋은 하루, 좋은 봄날 되세요.

  4. kmocha 2016.06.16 00: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응답시리즈에 대한 많은 리뷰를 읽었지만,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문체로 제작진의 주제의식을 간파한 글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좋은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댓글 달고 갑니다 ^-^

    • d u s t y s n o b 2016.06.17 15:55 신고 address edit & del

      아니. 반년이 지난 지금 응팔 리뷰를 보고 계시다니. 이러시면 너무 반갑습니다. ^-^ 저좋자고 쓴글인데 공감해주시니 고마워요.

응답하라 1988에 바치는 MV :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택이와 쌍문동 5인방 MV "국경의 밤(루시드폴)">

 

우리가 사랑한 것들을 떠나보내는 데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진짜 지난번 뮤비만 만들고 끝내려고 했는데, ㅠ_ㅠ 또 맘대로 손이 움직여서 하나 더 만들게 되었다. 이것이 마지막 잉여짓이 되길 바라며...

 

어린 나이에 남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독한 길을 걷게 된 택이지만, 항상 쌍문동 5인방과 함께여서 덜 외로웠다고 생각한다. 최택의 모델인 이창호 9단도 인터뷰에서 택이에게 친구가 많은 것이 부럽다고 하셨다던데.

 

특히 대국에서 지고 온 날, 다들 조심조심 택이의 눈치만 살피는데, 이 친구들은 거침없이 들어와 "너 발렸다며, 질때도 됐어"하고 면박주면서 "차라리 욕을 해"하고 택이를 터뜨려 주는 장면. 정말 좋았다. 그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는 택이가 진심 부러웠다.

 

후반부에 남편찾기에 다들 몰두하느라 쌍문동 5인방 우정이 좀 묻힌 것 같아 아쉬웠다. 이번 것은 순전히 나만 좋아할 듯한 내 취향의 뮤비지만, 어차피 내가 좋자고 만든 거니까...

 

근데, 루시드폴의 국경의 밤 가사가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의 우정과도 잘 어울려서 만든 건데... 가사가 잘 안들리네요. 폴님. ㅜ_ㅡ

 

 

 

 

 

"이런 띠바 됴깐네~" (욕을 그렇게 하면 쓰겠니.. 택아...)

 

 

 

 

 

 

 

<응답하라 1988 리뷰 시리즈>

 

리뷰 1)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1 

리뷰 2)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  http://dustysnob.tistory.com/62 

리뷰 3)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6

 

<응답하라 1988 MV 시리즈>

 

사랑스런 덕선이에게 바치는 헌정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정환이를 위한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과 덕선,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  http://dustysnob.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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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리뷰 2 :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응팔 때문에 내 평생 처음으로 팬뮤비까지 만드는 덕질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튼 뮤비를 편집하다가 불현듯 깨닫게 된 점이 있었다. 덕선이와 정팔이가 마주보고 웃는 투샷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둘만의 예쁜 장면도 좀 넣어주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정환이는 덕선이를 몰래 훔쳐보고, 뒤돌아서 웃음짓는다. 덕선이가 정환이를 향해서 웃을 때는 정환이가 딴 데를 본다. 둘은 시선을 마주치며 웃는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클립을 모아놓고 보니 전형적인 짝사랑男의 시선인 것이다.

 

 

 

반면에 택이와 덕선이는 주요 회차마다 둘이 마주보고 웃는 장면이 꼭 나온다. 정환이의 마음을 알게 된 택이 결국 고백을 포기하고 수면제를 먹고 잠으로 도망치는 16화의 엔딩을 보며, 둘이 이어지지 않을 것을 예감한 나는 이때 처음으로 뮤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주 슬픈 뮤비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들면서 의외로 놀란 점은 덕선과 택이 같이 나오는 분량이 꽤 많아서 영상에 넣을 소스가 충분하다는 점이었고 -그때는 택이가 서브남주인 줄 알아서 그 사실이 의외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는 둘이 마주보고 웃는 씬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슬픈 브금을 깔아도 영상이 슬퍼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급기야 극약처방으로 슬픈 가사를 밑에 자막으로 깔았는데… 그래도 여전히 슬프지가 않았다. ㅠ_ㅠ (슬픈 뮤비를 만들려면 다른 일로 눈물짓는 표정을 교차 편집하거나, 슬픈 대사를 오디오로 깔아야 가능할 뿐, 둘이 같이 있는 장면은 슬픈 그림이 1도 없는 것이다.) 

 

 

 

 

남편찾기가 끝난 후 정환이를 위한 뮤비도 하나 만들었는데, 정환이 시선은 덕선이가 자기를 보고 있지 않을 때 덕선이를 향하는 장면이 너무나 많아서 붙여놓고 보니 너무나 슬픈 것이다. 내가 막 정환이 된 기분이 들며 울컥…

 

 


 

 

그러니까 카메라 연출이 처음부터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짝사랑은 정환이 혼자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알게 하려면, 정환이의 시점을 관객과 공유를 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환이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택이와 덕선이는 깨닫지 못했을 뿐 서로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의 시점으로 보여줄 필요가 없이 한 발 물러선 객관적인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혼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덕선과 택이 서로를 향하는 시선이 덕선이 시점 혹은 택이 시점에서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나왔다면 관객들은 눈치를 금방 챘을 것이다. 덕선이 시점이 일찍 나왔다면 남편찾기 게임은 애초에 끝났을 것이고, 택이 시점이 나왔다면 관객들이 택이에게도 정환에게만큼 동등하게 감정이입을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남류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그것이 일부러 보여주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택이의 시점으로 보이는 장면이 두세 번 정도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바로 ‘넌나아몰’ 장면. “넌 바둑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없지”라고 하는 덕선이에게 택이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를 시전할 때, 다소 놀란 덕선이가 택이를 돌아보는 컷이 택이의 1인칭 시점처럼 카메라가 흔들린다. 이 때 택이는 덕선이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보며 말한다. 아마도 관객들은 이때 처음으로 택이에게 한발 깊이 다가가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관객들에게 한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우리는 택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또 하나는 택이의 공개고백 직전 장면인데, 바다에서 돌아와서 5인방이 방에서 치킨을 함께 먹으며 장난으로 덕선이한테 “니가 평생 택이 책임져”할 때, 이 때 택이가 덕선이를 훔쳐보는 시선이 나온다. 아주 잠깐 찰나처럼 나왔던 택이의 시점이었다. 덕선이의 반응을 기다리며 흘끔거리는 택이의 시선에 덕선이는 “그래. 내가 책임질게. 나야 좋지 뭐. 웬 떡이냐”하고 시선을 마주치며 웃어준다.

 

비록 장난처럼 지나간 듯 보이지만 이 때 택이는 짝사랑에 응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여기서 덕선이가 “미쳤냐” 혹은 “내가 얘랑 무슨” 같은 말을 했다면, 여기서 응답받지 못한 택이의 덕선을 향한 시선은 슬픈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즉 연출은 둘이 함께 마주보는 장면에서는 슬픈 그림을 단 한번도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연출이 시종일관 ‘덕선을 향하는 정환의 시선’과 ‘마주보는 덕선과 택’을 대놓고 보여주고 있었는데도 나는 정환이의 시선에만 눈이 팔려서 그걸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데 다시 한번 통탄하며 4:33 생각이 났다.

 

응답시리즈는 1997때부터 극중 소품, 등장인물 옷 색깔, 숫자 등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치를 계속 깔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응답시리즈 팬들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이 드라마에 숨겨진 복선을 찾아내고 분석하며 리뷰를 생성해낸다. 예를 들자면 응팔에서는 덕선이 노랑, 정환이 초록, 택이 빨강으로 상징되는데, 빨간 옷을 입은 인형과 노란 옷 인형이 나란히 붙어있고 초록 옷을 입은 인형이 떨어져있는 장면이 스치듯 나오는 것을 보고 남편은 정환이가 아닌 택이라고 추리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색깔이나 소품으로 깔아놓는 복선은 극의 큰 흐름에 중요한 요소가 아닌 이스터에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재미로 보고 넘어갔다. 팬들의 넘쳐나는 분석과 리뷰들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재미도 있었고, 아 이건 매니아 관객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이자 게임이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그 동안 팬들이 찾아낸 분석과 맞아떨어지는 것도 많이 있었지만, 가장 논란이 되었던 코드 하나만큼은 밝혀지지 않았다. 바로 4:33에 대한 이야기였다. 택이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택이와 관련이 있는 장면에서 유독 4시 33분을 가리키는 시계가 자주 나온다. 다들 어느 정도 분석한 것은 이게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 이후에 수많은 분석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다 알다시피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연주자가 무대에 나와서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고 들어가는 곡이다. 예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를 걷어내고 나면, 사실상 이 곡의 의미는 심플하다. 청중들이 음악이라고 기대하는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4분 33초 동안 존 케이지가 의도한 진짜 음악이었던 콘서트 홀의 침묵과 청중들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이미 연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떠올리고 보니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정환의 시선에 집중하는 동안, 덕선과 택의 진짜 이야기는 우리 눈앞에서 태연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은유같이 느껴졌다. (이게 응팔에서 4:33의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덕선과 택이 손잡고 영화보러 다니고 진짜 연애를 해도 그 둘의 사이를 의심하지 않는 동네 어른들처럼, 우리도 눈뜬 장님이지 않았나.

 

존 케이지의 4분 33초의 초연 당시, 청중들은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하다가 나중에는 분노했고 평단은 뒤집어졌다. 존 케이지는 이 곡이 논란이 될 걸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나는 덕선과 택이 이어져서 좋은 팬이지만, 끝끝내 정환 지지자들 혹은 많은 일반 관객들이 이 결말을 납득하지 못한다면, 이 논란이 어느 정도는 응팔이 풀지 못한 숙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될 것을 알고도 이렇게 만든 거라면, 작가와 감독이 제대로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런 연출 때문에, 덕선과 택이가 이어지길 바라던 팬들, 일명 선택러들은 ‘아마 안 될거야’라는 마음이다가,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의 희열을 제대로 느끼게 된 듯하다.

 

 

 

 


 

 

 

<응답하라 1988 리뷰 시리즈>

 

리뷰 1)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1 

리뷰 2)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  http://dustysnob.tistory.com/62 

리뷰 3)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6

 

<응답하라 1988 MV 시리즈>

 

사랑스런 덕선이에게 바치는 헌정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정환이를 위한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과 덕선,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  http://dustysnob.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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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루 2016.01.31 20: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확한 분석이세요. 저도 결말이 좋았지만 논란 일어나는건 어쩔수없다 생각했고, 이렇게까지 밀어부친 작감이 한편 대단하다 생각들더군요. 막회에 전 제대로된 플래시백이라도 나올까 했었는데 그것도 단호하게 안보여줌..작정했구나 싶더라구요.암튼 덕택에 드라마를 무척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정성들인 리뷰 감사해요

    • d u s t y s n o b 2016.02.01 00:0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래도 팬으로서 플래시백은 여전히 아쉽긴 하죠^^ 좀만 더 보여주지 싶은... 아쉬운점 많아도 이렇게 빠져든 데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던 듯해요. 공감 어린 댓글 반갑습니다~ :)

  2. ㄱㄴ 2016.02.02 19: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절대 동감입니다. 어남택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그저 택이 캐릭만 애정했었는데 꿈키스때부터 뭔가 쿰틀대면서 이전회를 뒤집어보고...그럼에도 어남류일수도 있는데 그러면 막장일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처남댁임이 드러낫을때의 그 희열은 뜻밖이었기땜에 더 컸어요. 더불어 작감의 수준을 시청자들은 각인효과라는 어남류에 호도되어 따라가지 못했었다는 생각도 ... 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자감이 시청자에게 던진 메시지입니다.

    • d u s t y s n o b 2016.02.03 15:41 신고 address edit & del

      전 바닷가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아니라고 해서. 제가 막눈인가 싶었어요. ㅎㅎ

  3. passion 2016.02.07 17:1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많은 공감을 자아내는, 그리고 응팔이라는 드라마를 더욱 사랑하게 해주는 좋은 리뷰글들 감사합니다^^

    덕선을 중심으로 볼 때에 응팔에는 두 가지 사랑이 공존했다고 생각합니다. 덕선을 향한 정환의 짝사랑과 덕선과 택의 시나브로 사랑이죠. 로맨스가 주를 이루었던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 방향의 결말을 맺은 것은 응팔이 "내 끝사랑은 가족입니다"라는 주제에 충실했던 결과라고 생각하고요. 둘 중 남녀간의 사랑 이외에 더 다양한 의미의 사랑과 인물들의 성장을 표현할 수 있고, 결국 '가족'이라는 의미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랑은 덕선과 택의 시나브로 사랑이라고 여긴 제작진이 처음부터 택이를 덕선의 남편으로 설정해놓았다고 보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하신 H2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봅니다. 네 명의 주인공 사이에 여러 사랑이 있었지만, 크게는 히로와 히카리의 뒤늦게 깨달은 사랑과 히로를 향한 하루카의 짝사랑이 있었죠(사실 히로의 "I love you"는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히로가 결말까지 정말로 좋아한 것은 히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히카리=덕선, 히로=정환, 히데오=택’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히로=덕선, 히카리=택, 하루카=정환’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히카리=덕선, 히로=택, 히데오=정환’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기에 인물들의 매치와 결말 비교는 둘째치더라도 두 가지 사랑이 공존했고, 어느 쪽으로 경중이 치우치지 않고(물론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의도와 가깝거나 스토리의 핵심을 관통하는 쪽이 있기는 했죠)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표현된 것이 응팔과 공통점을 갖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두 가지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사실 정환의 짝사랑이 훨씬 더 겉으로 드러나게 표현되었던 데다가 시나브로 사랑은 정말 말그대로 시나브로, 덕선의 감정선 변화를 잘 따라가지 않으면 놓치기 쉬울 수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남편찾기의 결말이 드러났을 때에도 조금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죠. 지금까지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적잖은 아쉬움을 가지고 옥에 티로 여기고 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지적하신 ‘덕선을 향하는 정환의 시선’과 ‘마주보는 덕선과 택’에서 무릎을 치고, 4:33의 의미 해석에서 한 번 더 쳤습니다. 4:33이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가리킨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제작진은 역량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그저 시청자들에게 불친절했을 뿐이다"라는 어떤 분의 말씀이 뼈저리게 와닿습니다. 결말에 직결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절대로 직접 던져주는 법이 없고 은근하게 숨겨놓아 전개의 흐름을 잘 따라가서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하는 이들에게만 보이도록 했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의 진정한 묘미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응팔이 제 마음에 준 크나큰 울림을 d u s t y s n o b님의 리뷰글로 다시금 떠올리게 되어서 후기같지 않은 후기처럼 적어보았는데요, 제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대신 d u s t y s n o b님과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계신 어떤 분의 블로그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댓글 창을 보면 응팔과 관련한 격렬한 토론의 현장도 보실 수 있답니다ㅋㅋ
    http://doctorcall.tistory.com/2151

    • d u s t y s n o b 2016.02.09 03:44 신고 address edit & del

      와. 댓글이 아니라 한편의 리뷰로군요. ^^

      가족이라는 의미에 더 가까운 사랑이었다는 말씀을 듣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전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요.

      두가지의 사랑이 공존했다는 부분 트룰리 공감합니다. 저도 그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싶었지만 그것까지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져서 빼고 이야기했었는데요. 정환의 사랑이야기가 있고 덕선의 사랑이야기가 있고. 그리고 택의 사랑이야기가 또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각각의 진행속도가 다르고 그들의 진행곡선이 만나는 시점이 달랐을뿐.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덕선의 사랑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변화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정환이의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정환이가 주인공이 아닌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습관적으로 한쌍의 남주여주를 찾으려다 보니 더욱 헷갈린 것 같아요.

      더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여기에 댓글로 간단히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방대한 리뷰겸 댓글 고맙습니다. 그리고 추천해주신 포스팅도 감사합니다. 찬찬히 잘 볼게요. :) 반갑습니다.

  4. 꼬부인 2016.02.19 00: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매력적인 드라마였어요. 님의 글도 매력적입니다~~~ ^^

  5. 브로콜리아 2016.03.21 13: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뭐라고 남길 수 없을 정도로 개멋진 리뷰예요 ㅠ

응답하라 1988 리뷰 1 :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응답하라1988’의 남편찾기 대장정이 끝나고 쏟아져 나온 기사들을 봤는데, 다들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당황하는 듯하다. 사실상 정환이가 피앙세 반지를 던져놓고 가는 18화 엔딩에서 게임은 끝이었다. 그런데도 내 주변의 정환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19화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고, 20화가 끝나고는 “중간에 작가들이 남편을 바꾼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제기했다. 아무래도 정환이에게 감정이입을 한 사람들은 이 흐름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나는 3화까지는 좀 대충대충 봤다. 그랬던 이유는 1~2화에 ‘어머니의 죽음’ 같은 눈물 빼는 묵직한 에피소드가 연이어 나오는데 반해, 아직 캐릭터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은 상태라 몰입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환이의 서사에 깊이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시청자들이 정환이에게 훅~ 빠지게 된 3화 수학여행 때 벽드신(벽+베드신:벽에 갇힌 사건)조차도 대충 보면서, ‘귀엽네, 재미있네’ 정도로 보던 라이트 시청자였다. 그 덕분에 오히려 드라마의 서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런 내가 보기에는 왜 택이었는지가 충분히 차곡차곡 잘 쌓여왔다고 생각하는데, 정환이에게 이미 몰입해버린 사람들에게는 덕선과 택을 이어주는 작은 단서들조차 모두 정환에 대한 서사로 읽혀왔던 듯하다. 아무튼, 다 끝나고 보니 시나리오 구조상 처음부터 택이가 덕선이의 짝이었다고 보이는데, 그 이유는 덕선이의 사랑이야기 주제가 “남녀 사이에 우정은 가능한가”로 귀결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응답하라 1988에는 BGM으로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이 나온다. 그 중 정봉이의 주제가이다시피 했던 “It had to be you”는 1989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주제가다. 이 영화의 주제가 바로 ‘남녀 사이에 우정은 가능한가’였다. 해리와 샐리는 오랜 세월 동안 아무런 이성적 감정 없는 친구 사이로만 지내다가 조금씩 서로에게 젖어 들고, 어느 날 선을 넘게 된다. 해리가 샐리를 위로해주다가 같이 잠자리를 가지게 된 것. 그렇지만 친구 사이가 깨질까 두려워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친구로 지내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서 결국은 마음을 숨기지 못한 해리가 샐리에게 고백하며 해피엔딩. 나는 덕선과 택의 관계 역시 결은 다르지만 '해리x샐리'와 비슷했다고 본다. 

 

물론 소꿉친구이자 불알친구였던 택과 덕선이 남녀로 마주서는 과정은, 이미 알 거 다 아는 성인인 상태에서 만나는 '해리와 샐리'보다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와 좀더 닮아있다. 응답시리즈의 공공연한 레퍼런스인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에서, 히로는 남들보다 일년 반이나 늦은 사춘기 때문에, 히카리에게 언제나 철없는 남동생같은 친구였다. 그러나 중3 무렵 갑자기 성장한 히로를 히카리가 이성으로 의식하게 되면서 이들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히로의 늦게 도착한 사춘기는 마치, 응팔 6화 엔딩에서 눈오는 날 불쑥 영화보자는 고백 아닌 고백을 전하면서, 한참이나 늦게 등판한 택이를 떠올리게 한다.

 

 

 

 

덕선이에게 택이는 언제나 귀여운 희동이었고, 이성이 아닌 그냥 불알 친구였다. 덕선이는 택이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없고, 엉덩이도 툭툭 치고, 손도 마음대로 잡고 다녔다. 그런 그들이 사랑에 빠지려면, 친구라는 선을 넘어서 상대방이 이성으로 보이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덕선이가 택의 중국 대국에 동행했던 9화 “선을 넘는다는 것”이었다. 마냥 애기 같기만 했던 택이가, 예민하고 가차없는 승부사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담배를 피우는 성인 남자로서의 모습도 보여준 회차였다. 이때 덕선에게 택이는 낯설게 보였을 것이다. 그건 우리의 짐작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택이를 낯설게 보는 덕선이 눈빛이 시종일관 보였기 때문이다.

 

 

 

 

 

 

가출한 동룡이를 잡으러 갔다가 둘만 바다에 남게 된 10화에서는 아예 대놓고 말하고 있다. 덕선에게 날아온 공을 몸으로 막아준 택이한테 “오~ 남잔데” 하자 “그럼 내가 남자지, 여자냐”라고 택이가 말한다. (이건 극본이 대놓고 떠먹여 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자, 봐. 이제 이 아이가 남자가 되어갈 거야'라고)

 

 

 

그 다음이 중요한데, 12화 바둑 대국에서 불계패하고 돌아온 택이가, 골목에서 덕선이 어깨에 기댄 밤. 자신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택을 보며 덕선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사실 덕선이는 이때부터 자기도 모르는 새 택이를 남자로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보인다.

 

 

덕선이의 이런 모습은 다른 친구들한테는 보여준 적이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덕선은 설렘은 있었을지언정, 떨림은 보여준 적이 없었다. 정환이한테 아무 감정이 없던 수학여행 당시 벽에 갇힌 때는 물론이었고, 정환이한테 들이대던 시기에 침대에서 마주본 채 눈을 떴을 때도 정환이만 숨도 못 쉬었지, 덕선이는 떨림 1도 없이 “정환아 콘서트 같이 가자”라고 말하고 다시 잠들어버렸던 것이다.

 

 

 

덕선이가 바바리맨을 마주쳤던 12화에서는 택이가 본격적으로 남자가 되기 시작한다. 덕선이는 바바리맨에게 쎈 척하며 대처하였지만, 결국은 택이 앞에서 주저앉아 엉엉 울고 이건 둘만의 비밀이 된다. 그러고 난 후 속깊은 택이는 화장실 가는 덕선이를 조용히 따라가며 담배 피러 온 척하며 지켜준다. 항상 택이를 먼저 이끌고 누나처럼 챙겨주던 덕선이는, 이때 처음으로 남자인 택이에게 보호받고 기대게 된다.

 

 

 

 

17화, 몰래 숨어들어간 유공연수원 운동장에서 경비아저씨를 피하기 위해 택이는 발을 다친 덕선이를 번쩍 안고 달린다. 달리는 택이의 품 안에서, 덕선이는 자신이 택이를 남자로 의식하게 된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 이때서야 비로소 모든 관객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덕선이의 감정이 드러났지만, 사실상 극본은 그 전부터 꾸준히 택이가 어떻게 덕선에게 남자가 되어왔는가 하는 에피소드를 차근차근 쌓아왔다. 그에 따라 아이 같아 보이던 택의 외모도 조금씩 남자답게 변해간다. 그건 덕선이가 택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이고, 아마도 연출이 섬세하게 의도한 바일 것이다.

 

 

이렇듯 소녀에게 소년이 남자가 되어가는 서사를 꾸준히 쌓은 것은, 극본상 처음부터 택이가 덕선의 짝이었기 때문이다. 택이 담배 피는 설정이나, 야한비디오 보는 설정은 단지 캐릭터에 갭모에를 더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덕선에게 절대 이성일 수 없었던 친구가 남자로 느껴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5년 뒤, 중국 호텔에서 만났을 때(19화) 둘의 키스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택이 “왜 거짓말했어?”라고 묻자 덕선이는 “겁이 났어. 우린 친구잖아. 너와 어색해지는 건 상상할 수가 없어”라고 대답한다. 이 부분이 덕선이의 ‘사랑과 우정 사이’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택이한테 남자로서 좋아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지만 이 감정이 덕선이한테는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택이 남자로 느껴지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그 일이 일어나버렸다.

 

그런데 선우나 정환이라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놈들에게  마구 화낼 수도 있고 “다신 안봐”라고 소리지를 수도 있었지만, 베프인 만옥·조현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던 우리 택이, 나만이 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택이와 서먹해진다는 것은, 그런 택이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마치 까탈스런 자기를 다 알고 있고, 자기 모든 속을 다 털어보일 수 있는 소중한 친구 해리를 잃기 싫었던 샐리처럼 말이다.

 

 

 

 

남편찾기가 종결되는 19화, 택이가 있는 중국으로 가기 직전, 스튜어디스 동료가 덕선이에게 말한다. “야, 남녀사이에 친구가 어딨냐”라고. 이 대사는 덕선의 러브 스토리 주제를 함축해서 말해준 한 마디임과 동시에 '이제 친구가 아닌 연인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덕선에게 출발신호를 주는 신호탄 같은 대사였다. 

 

결국 응팔의 남편찾기는 덕선에게 택이가, 소년에서 남자가 되기까지를, 우정에서 사랑이 되기까지를 보여준 길고 긴 여정이었던 것이다.

 

 

 

 

 

 

 

 

 

 

<응답하라 1988 리뷰 시리즈>

 

리뷰 1)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1 

리뷰 2)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  http://dustysnob.tistory.com/62 

리뷰 3)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6

 

<응답하라 1988 MV 시리즈>

 

사랑스런 덕선이에게 바치는 헌정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정환이를 위한 MV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과 덕선,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  http://dustysnob.tistory.com/60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  http://dustysnob.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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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부인 2016.02.19 00: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다시 정주행 하다보니 하나하나 보이더군요. 님같은 분의 리뷰가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공부하며 보는 드라마라닛...ㅎㅎㅎ 선택커플은 봐도봐도 질리질 않네요.. ^^

    • d u s t y s n o b 2016.02.19 17:38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말해주지 않은 것들, 숨겨놓은 것들이 많아서 더 궁금해지고 다시 볼수록 빠져드는 커플인 것 같아요. :)

  2. 브로콜리아 2016.03.21 13:3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진짜 왜이러시는거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두사람 덕분에 꿈에서도 이 둘의 이야기를 바라보곤 했는데, 다시 가슴이 뛰잖아요 ㅠㅠㅠㅠㅠ

    • d u s t y s n o b 2016.03.21 17:53 신고 address edit & del

      당신도 선택러였구나. 현창의 세계에 온걸 환영해. ㅎㅎㅎ

응답하라 1988에 바치는 MV

 

 

 

 

 

 

 

 

 

응답하라 1988에 뒤늦게 빠져서 내가 평생 안하던 짓을 했다. 백만년만에 동영상 편집기를 열고, 팬메이드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이다.

 

사실 나이로 따지면 '응답하라 1997'에 가깝고, 배경으로 따지면 '응답하라 1994'가 모교 배경이라 그 둘에 열광할 법도 했는데 크게 빠지지는 않았었다. '응답하라 1994'때는 동문들이 페이스북에 매일같이 응사 얘기로 달렸던 것 같은데 그때도 나는 별로 반응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랑 관련없는 응팔에 이렇게 빠지게 될지 몰랐다.

 

3회까지는 보다 말다 띄엄 띄엄 봐서 기억도 잘 안난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 수록 서서히 빠져들더니 16화가 끝나고 결방했을 무렵에는 아, 이게 흔히들 말하는 덕통사고라는 거구나 싶었다.

 

17화를 기다리는 2주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음악만 들으면 막 그림이 떠올라,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어서..아...내가 사업을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되었을 거야. 아마.. 컴퓨터를 열고 편집 프로그램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런거 만들 일 없을 줄 알고 프리미어도, 파이널컷프로도 지워버린지 이미 오래....윈도우 무비 메이커라도 쓰고 싶었는데 이제는 윈도우에도 그 프로그램이 안 들어 있었다. 새로 산 랩탑을 샅샅이 뒤졌더니, 처음보는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이 기본으로 하나 깔려있어서 아쉬운대로 그걸 열고 썼다.

 

처음에는 남편이 박보검에게 빠졌고, 다음에 내가 혜리에게 빠졌다. 그리고 다음에는 뭐 이거저거 가리지 않고 다 빠져들고 말았다. 아마 이렇게 된 이유는 '응답하라 1988'의 풍부한 캐릭터 구축 때문인 것 같다. 응팔이 끝난 지금도 어디선가 그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미드 '프렌즈'를 잘 안봐서 모르는데 예전에 프렌즈에 빠져있던 친구들은 거기 나오는 인물들이 자기 실제 친구인것 같다는 얘기들 하곤 했었다. 이제 그게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다.

 

특히 최택 캐릭터는 본인의 시점이 거의 나오질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섬세하게 캐릭터가 빚어져서, 재방송을 볼 때마다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나는 응답시리즈가 플롯상으로 쫀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기존 시리즈도 비교적 쿨하게 봤었는데... 아, 완전 제대로 당했다.

 

 

 

 


 

 

<덕선이에게 바치는 헌정 MV -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노리플라이, 타루)>

 

언제나 사랑이 고프고, 그래서 배가 고픈 덕선이.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봐'를 늘 되뇌이던 덕선이에게 "너는 항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어"라고 알려주고픈 마음에서 만든...뭐래...;;; 아무튼 그런 뮤직비디오다.

 

덕선이같은 딸 있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보라같은 딸이 더 좋댄다. 그래서 토론을 하다 내린 결론은 나정이 같은 딸이 최고다!로... 그래도 덕선이랑 비슷한 점 1도 없는 나는 덕서이가 넘 귀여워.

 

(HD화질로 클릭해서 보길 권장함)

 

 

 

 

 

 

 


 

 

<정환이를 위한 MV -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용준형)>

 

남자들이 특히 정환이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언젠가 한 번 해보았던 첫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택과 덕선 - 그들이 사랑하기까지 (이승환, 강수지)>

 

이승환 노래가 유독 많이 나오는 응팔이라, 이노래가 생각이 났다. 가사도 잘 맞는 것 같고... 위에 두 뮤비는 최종화까지 끝나고 만든 건데 이건 18화가 끝나고 만든거라서, 둘이 이어지기 전까지만 나와 있다. 키스신을 나노단위로 컷해가면서 붙이다보면 내가 변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이것들을 도대체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떠오르는 그림들을 참을 수 없어서 만들었는데, 생각할수록 정말 무쓸모다.-_-;; 이런 잉여짓을 내가 하다니...아무튼 일단 만든 게 아까워서 공유하려고 올려봤다. (남편은 이 와중에 정봉x만옥 버전을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그건 이제 힘들어서 그만....)

 

백만년만에 하는 포스팅이 응팔애기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응답하라 1988 리뷰 시리즈>

 

리뷰 1)  소년은 어떻게 남자가 되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1 

리뷰 2)  우리는 덕선과 택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  http://dustysnob.tistory.com/62 

리뷰 3)  90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나  -  http://dustysnob.tistory.com/66

 

<응답하라 1988 MV>

 

MV 택이와 쌍문동 5인방을 추억하며  -  http://dustysnob.tistory.com/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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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슈넹블랑 2016.02.01 14: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저도 덕통사고 당한 1인으로서... 응팔 리뷰에 정말 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
    저는 요즘 응팔때문에 우울하네요.. . 덕선이가 너무 부럽고.. 내 청춘이 안쓰럽고.. ㅠㅠㅋ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 d u s t y s n o b 2016.02.02 02:19 신고 address edit & del

      덕통사고 심각합니다. 저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잘 안되길래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실컷 덕질하고 있습니다. 청춘이 저렇게 좋을리만은 없는데 말이죠.ㅎ 공감과 댓글 고맙습니다~ :)

  2. 써니 2016.02.16 02: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고맙습니다~! 덕분에 새록새록~ 퍼가요! 널리널리 알리고 싶네요~^^

    • d u s t y s n o b 2016.02.16 10:11 신고 address edit & del

      한달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공감해주시는 분들은.. 저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할게요. ㅎㅎㅎ 반갑습니다 :)

  3. 벼룩 2016.04.02 23: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TV는 거의 보질 않는데... 이 글들을 읽으려면 응팔을 봐야겠구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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